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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일상이야기

210919 : 병든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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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내가 누구한테 내 마음을 구구절절 이야기 하지 않는건, 

내가 이야기해도 내 마음을 이해하기 힘들거라는 전제가 있기 때문인 것 같다. 

 

2.

사실 그걸 오래 전부터 알았고 (사춘기 때 부터)

그래서 내 마음은 웬만하면 스스로 케어하면서 잘 지내는 편이었다.

복잡한 감정에, 널뛰기하는 감정기복 뒤에는 내 감정의 울타리를 잘 치고

그 선을 넘지 않는 선에서 내 마음을 표현하고는 다녔다. 

 

하지만, 

성질이 급하고 자신이 원하는것을 통제해야 한다는 상사와

비효율적으로 조심스러워 해야하는 환경과

그 사이에서 어떻게든 일을 해야하는 업무의 특수성(!)을 만나면

언젠가는 그 감정이 폭발해버린다는걸 이제 알았다.

설상가상으로, 그런 환경과 업무를 이해해 줄 사람도 없다는게 더 극한. 

 

3.

스트레스를 인지한 시점은 사실 대략 짐작이 가지만,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던건 훨씬 더 전일 듯 하다. 

 

좋은 사람은 많아졌지만 정작 내 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사라졌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그 스트레스를 제대로 못풀고 꾹꾹 쌓아놓았을지도 모를 일. 

 

4.

언제 어디서 무엇으로 공격받을 수 있는 곳에서 살아남기 위해

1. 친절  2.경계  3. 허술한 척 했다.

물론 살아남아야 하는 곳에서는 (업무적으로는) 도움이 됐지만

정작 (생각보다 눈치가 빠른) 나 자신의 마음이 병들어갔다. 

 

다른사람의 생각보다 속이 깊은 나, 내 속을 전혀 알 길이 없는 타인. 

게다가 그걸 구구절절 이야기하지도 않으니 상황이 더 심각해진건 맞는거 같다. 

 

5. 

가끔, 그 생각을 한다. 

내가 그래도 내 생각을 잘 이야기했다면 지금과 같은 사태가 일어나지 않았을까, 하고. 

위기가 어떻게든 잘 넘어갔을지도 모르겠다. 

 

내가 너무 참기만 한걸까, 이야기를 하지 않은게 잘못인걸까. 

내 잘못인걸 인정하기 싫은건지 모르겠지만, 내 마음은 이제 걷잡을 수 없이 아프다. 

내 울타리에서 자유롭게 노다니던 감정들이 커지고 커져

결국은 그 울타리를 넘어갈 수 밖에 없을 정도로. 

 

6. 

아픈 내 마음을 어떻게든 고치고 싶다. 

울면 해결될까?

울어도 시원하게 울질 못해서 몸만 더 힘든 것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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