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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일상이야기

211105 : 퇴사근황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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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아무도 내 근황 궁금하지 않겠지만, 그래도 세미관종으로서 글을 한번 적어보자면, 이렇다. 

 

1.

첫날엔 잠을 미친듯이 잤다. 거의 기면증이다시피(...) 근데 이것도 웃긴게 배고프면 또 잠이 안오고 이래서 진짜 허기만 채울 정도의 음식만 먹고 잠을 자고, 유튜브를 보고, 티빙결제파워(..)로 보고싶은 영상을 많이 보고 있다. 한동안 김전일을 보다가, 요즘은 명탐정코난 정주행중이다. 개꿀잼. (명탐정 코난 더빙판으로 가끔 들리는 일본어 단어를 쓰는데, 하사미(가위), 이타이(유체), 혼마(정말의 오사카사투리), 미즈무시(무좀) 등.......)

 

2. 

일단 퇴사 5일째인 지금은 밀린 잠은 다 잔것 같다. 확실히 피로가 풀리니 에너지도 많아졌다. 많이 먹지 않아도 그 전보다 에너지의 질과 양이 다르다. 좀 더 많이 움직여도 피곤하지 않고 활기가 넘치는게, 확실히 백수가 된 느낌이 나기도 하다.  어제는 모교회의 동생을 만났었는데 퇴사했다고 하니 인스타로 봤다면서, 퇴사는 축하 해야하는 일이라고 말해줬다. 동생들 한테서도 이런 힘을 얻을 수 있다는게 참 감사하고 행복했다. 

 

3. 

확실히 몸 상태도 좋아졌으니, 감정을 처리하는 속도도 빨라지고 더 정교해진 것도 느낀다. 행복한 감정도 많이 느끼고, 기분나쁜 것도 느끼지만 행복한 감정을 좀 더 많이 기억하고 있고, 기분 나쁜 감정은 빨리 처리해버린다. 신기하다. 그래도 기분 나쁜 감정의 타격감은 느껴지지만, 확실히 그걸 안고 살아갈 수 있는 내 감정의 바구니가 넓어졌다.

 

4. 

예전 내 그림, 글들을 정리하고 보면서 느낀건데, 난 참 표현력이 좋은 것 같다. 예전에 상사한테 빡쳤을 때 쓴 글을 다시 봤었는데, 살벌함은 둘째치고 뭔가 '아하!' 라고 아귀가 딱 들어맞는 표현이었다. (전)직장동료가 임신+상사뻘짓으로 엄청 열받아있을 때, 나도 내 처지에 감정이입해서 글을 적은 것도 봤었는데, 그것도 꽤 소름이 돋았을 정도...  (과거의 나는 왜 이렇게 소름이 돋는가...) 그 특유의 본질과 핵심을 딱딱 짚는 관찰력과 통찰력이 있는 듯... 하다. 아마도. 

 

5. 

또 어쩌다보니 망할 부산회사에서 썼던 블로그 글도 봤는데, 흡입력 있고 재밌었고.. 예전에 그렸던 신앙일기(그림ver.)도 보고 있는데, 그 때 나눈 은혜가 나에게 다가오는 느낌도 달랐다. 나에 대해 촌철살인으로 표현하는 날카로움, 그리고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도 좀 남다른 것 같기도. 그리고 그걸 나타내는 무기는, 솔직함인거 같다. 내게 있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드러내는 솔직함과 순수함. 

 

6. 

예전에 썼던 글들을 보면서 내가 정말 해야하는 일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된다. 내 생업인 '디자인'에 머물러선 안되겠단 생각을 했다. 내 재능을 표현하면서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고. 무튼, 쉼이라는게 이렇게 귀중한거구나, 란 생각을 다시 해본다. 그 동안에 내가 하고 싶었던 일의 밑바탕을 잘 깔아봐야겠다. 그리고, 블로그 글도 영감이 떠오르면 바로바로 써봐야겠다. 예전처럼.. 영감이 바로바로 나타나질 않아서.. 좀 힘든데;; 무튼. 조금씩 해보자. 안하는 것 보단 나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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