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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일상이야기

220615 : 또다시, 퇴사근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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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개월도 안돼서 다시 퇴사를 했다.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그 큰 줄기는 '나를 지키기 위해서' 였다. 나를 지킬 수 없는 환경은 꽤 여러가지가 있었는데, 생각나는 대로 열거하면 이렇다. 

 

1. 채용공고에 200만원 이상인걸 보고 입사를 했는데, 입사한지 한달이 다되어갈 무렵, 임금협상을 이제서야 했는데, 난 경력직으로 왔지만 한주 전 한 실수로 인해 사장에게 제대로 찍힌 상태였다. 그걸 빌미로 월급을 180만원으로 하고, 실력이 늘 때마다 조금씩 올려주겠다는 이야기를 하는거였다. 웃긴건 내가 신입도 아니고 경력직인데 최저임금도 안준다는 이야기가 말이나 되냐는거다. 난 항의했고, 결국 사장의 볼멘소리로 200만원을 받아내긴 했다. (불만이 있으면 말로 하면 될 뿐더러, 입사한지 한달도 안된 사람에게 3년차의 일처리를 기대하면 안되는건 당연한거다)

2. 월급 협상이야 어째저째 됐지만, 월급이 제때 들어오지 않았다(사실 2월 빼고는 다 늦게 들어왔다) 보통은 말일 근무 중에 주는게 보통인데 1월달은 설날이 있어서 1월 마지막 근무일이 28일 금요일이었는데, 월급을 다음날에 준다고 말하는거였다. 거기서 부터 마음이 좀 상했지만 뭐 미리 이야기하는거니까 사정이 있겠거니 했는데, 다음날 오후가 지나도록 월급을 주지 않으니까 불안해서 언제 주냐고 카톡으로 연락했더니 대뜸 하는 말이 "아직 오늘이 안지났다. 앞으로는 이런 연락 안했으면 좋겠다" 였다. 열이 머리끝까지 올라갔다. 뭐 월급은 받았지만 내가 월급이 안들어오는데 물어보는건 당연한거고, 그걸 가지고 저런식으로 응대하는건 아니다 싶었다. 내가 만만했었는 듯.

3. 어느날 고용센터에서 전화가 왔는데 당시가 2월달임에도 불구하고 '4대보험이 들어가있지 않다' 라는 거였다. 정말 머리끝까지 화가 났는데, 월급 안주는 걸 물어보는 것도 저렇게 민감해하고 빡쳐하는 사람한테 어떻게 저걸 이야기 해야할지 난감했다. 결국 내일배움카드 신청으로 대충 이야기 했지만서도.. (다행히 2월달은 그렇게 바쁘지 않아서 쪽지 보고 바로 해주긴 했음)

3. 4월 말에 있을 불교행사를 진행하고 있었는데, 이 때 사장의 일처리가 무척 힘들었다. 기본적으로 인쇄는 '되도록이면 빨리' 라는 업무지시가 일단 스트레스였다. 인쇄는 기본적으로 최대한 빨리 해주는건 맞지만, 그 전에 우리가 최대한 데이터를 빨리 줘서 인쇄사고를 최대한 방지하고, 사고가 생겨도 다시 인쇄할 수 있게끔 텀을 유지하는게 제일 중요하다. 하지만 사장은 그런 생각은 별로 없는거 같았고, 인쇄를 빨리 진행했다가 사고가 나면 결국 누구 탓을 하는 루틴을 반복하고 있었다. 사실, 그런걸 컨트롤하는건 사장의 역량인데 말이다. (심지어, 이 회사를 설립한게 2014년인데 그걸 1도 모르고 있었다) 

4. 선거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회사에 알바로 언니 한명이 출근을 하기 시작했다. 사장의 본모습을 알기 전에는 언니도 사장의 쉴드를 쳐줬으나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급여문제로 언니도 사장에게 점점 빡쳐가기 시작했다. 또한 그 문제를 넘어서 사장의 일처리 문제에도 문제가 있다고 여겼고 신나게 까기 시작. 

5. 직원이 2명이 있으니 사장이 각자에게 불만이 생긴 것 같았다. 하지만 불만이 있는걸 당사자와 풀 생각은 안하고 나에게 불만이 있으면 언니에게 풀고, 언니에게 불만이 있음 나에게 푸는 식으로 대했다. 본인은 그렇게 하소연 한다고 하지만 서로를 놓고 봤을 때는 이간질 하는거다. 다행히 언니와 나는 서로 대화를 하는 상태였고, 사장의 성향도 어느정도 아는 상태라서 이간질은 안됐지만. 
이 때 언니에게서 들은 사장의 불만은 1. 혼자서 처리 안하고 자꾸 물어본다 / 2. 10분 지각하고 10분 일찍 퇴근한다 였는데, 솔직히 사장은 내가 언제 출근하는지도 잘 모르고(사장이 나보다 늦게 회사에 나옴), 10분 일찍 퇴근하는건 5개월 재직상태에서 1개월도 안됐다는거다. 일찍 퇴근 한것도 이제 어느 정도 일이 마무리 돼서 집에 간거였고 말이다. 

6. 사장의 일처리의 가장 큰 문제점은 해줄 건 해줘야하지만 못하는 건 못한다고 단호하게 이야기 할줄 모른다는 거였다. 그러니 일은 일대로 하지만 고생한 만큼 돈은 못 받는거였는데 혼자 고생하면 내가 말을 안하지만 그 고생 때문에 밑에 있는 직원도 개고생을 하고 있는거다. 심지어 업체에게 자료 받을 것도 자존심 상해서 제대로 말도 못하는 사람이었음. 디자인 하는데 업체 로고가 필요해서 사장님께 요청했는데 그 로고가 업체한텐 분명 없을거니 따라고 이야기 하는거였다. 하지만 결국 업체에게 요청했고 업체는 ai로 그걸 보관하고 있었다. (진짜 죽빵날릴 뻔)

7. 또 하나 문제점 중 하나는 남한테 쪼이기 싫어하는 거였다. 뭐 나도 쪼이는건 싫어하긴 하지만 본인이 해야할 일을 안하면 당연히 쪼임 당하는건 당연한건데 그것 조차 싫어한다는 거였다. 특히 거의 딸뻘인 나에게 쪼임 받는건 더더욱 싫었을 터. 당연히 나도 쪼는거 싫어해서 뭔가를 요청할 때 납기일을 정확하게 이야기해주고, 납기일이 됐을 때는 언제 되는지 물어보긴 하지만 그 전까지는 쪼지 않는다. 하지만 자기 할일을 다 하지 않고 쪼지 않길 바라는건 그 사람의 욕심이다. 

8. 퇴사 당일 5월 마지막날. 언니가 통지서를 하나 가지고 들어왔는데, 내용이 '전기세를 3개월 동안 내지 않아서 전기가 끊긴다' 라는 내용이었다. 얼마나 정신이 없으면 (이라고 쓰고 관심이 없으면 이라고 읽는다) 전기세도 못내고 난리일까 싶었다. 전기세가 몇백만원 되는 것도 아니고 말이다. 그리고 난 여기를 나가기를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오 지금 생각해도 빡치네....=_=

정리하다 너무 빡쳐서 전회사 테러할까도 생각했지만 어차피 망해가는 회사 굳이 내가 손댈 이유도 없어서 관뒀다. 이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나 자신을 잘 지킨 편이었고, 나간 타이밍도 좋았다 싶다. 퇴사한지 보름이 지난 지금은 사장의 전화번호 차단, 카톡 차단 해놓은 상태다. 어차피 모르는거 있으면 당분간 거기에 있을 언니랑 이야기 하면 될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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