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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일상이야기

230801 : 평행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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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중순 퇴사 이후, 나는 알바를 병행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2월, 어느 예배팀에 속하게 되었다. 예배팀의 리더는 나와 모교회가 같은, 안지 꽤 오래된 사람이었다. 난 이때만해도 이 사람을 나름 모르진 않다고 생각했는데, 나의 큰 착각이었다. 처음 예배팀에 나올 때는 좋았으나, 점점 예배보조자에 대해 이해를 못하는 뉘앙스를 자꾸 풍겼다. 그래서 몇 번은 그대로 넘어가줬지만, 이제는 참으면 병 되는걸 알아 나름 대화를 시도하려고 했었다. 그 때만 해도 나는 이 사람에 대한 어느 정도의 소망은 가지고 있었다. 그래도, 이렇게 이야기하면 내 마음이 어떤지는 알아듣겠지, 라고 말이다. 하지만 그것도 큰 착각이었다. 

 

결국에는 내가 터트렸다. 예배를 준비하는데 있어 시간이 필요하고, 되도록이면 그 준비를 할 수 있게 배려해 달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 사람은 '하나님이 주시는 영감'을 핑계로 그렇게 하지 못한다고 딱 잘라 이야기했다. 그래, 그럴 수 있지. 그래서 한번 더 고개를 숙였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이니 광고 같은 경우는 예배 30분 전에 주시고, 외부사역 자막을 부탁할 때는 미리 부탁이라도 해주시면 시간 빼서 하겠다고. 이 봉사가 외로워서 마음이 힘들다고 이야기하니 이 사람의 대답은 대충 이랬다. 

 

1. 광고는 네가 먼저 물어봐서 챙겨라.

2. 네가 하는 봉사는 우리팀원 누구나 인정하고 있고, 그 힘이 적지 않다고 생각한다. 

3. 그러니까 네가 외롭다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누구나 외로우니까.

 

상투적인 말을 듣고, 허탈했다. 내가 이 사람에게 많은 기대를 한건가. 이 사람은 찬양 리더를 거의 20년 가까이 해온 사람인데, 예배 보조자에 대한 개념이 이렇게도 없단 말인가. 그래도 이 말을 듣기 전까지는 이 팀을 나갈 생각은 없었는데, 나가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내가 느끼는 힘듦은 내가 하는 봉사의 힘듦보다, 이 사람의 리더십에 대해 의문이 드는 것이니까. 그것 때문에 힘든거니까 말이다. 

 

9월 달까지는 일단 계속하고, 10월 달에는 나갈 예정이긴 하다. 이 사람이 붙잡을지 아닐지는 모르겠지만, 어차피 내 마음은 정해져있으니까 내 마음이 이끄는대로 할 생각이다. 이렇게 사람 하나가 떨어져가는게, 참 그렇다. 이렇게 서로 평행선을 달린다는걸, 난 왜 이제 알았을까. 아마 같이 일하는건 처음이라서 그렇겠지. 그 사람이 나쁘다고도, 틀렸다고도 생각하지 않지만 내가 틀렸다고도 생각하지 않으니까. 

 

자신의 이상을 향해서 끊임없이 가는 것만이 그 사람의 리더십이면, 난 그 리더십에 동조해 줄 생각이 1도 없다. 내가 생각하는 리더십은 그게 아니니까. 최소한, 내 사람들을 모두 안고 가며 내가 틀릴 때도 있음을 인정하는게 내 리더십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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