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요새 인프제에게 관심이 많아져서 이것저것 찾아보고 있는 중이다. 인프제가 보통 통찰력이 좋은 유형이라고 나오는데, 내가 아는 인프제들은(두명밖에 없지만) 통찰력이 좋기도 하면서, 어느 분야는 정말 새카맣게 모르는 경우도 꽤 있어서 좀 의아하게 여기기도 했다. 물론, 인프제들이 가끔 나한테 별 임팩트 없이 슥- 하고 던진 말이 핵심을 찌르는 경우는 굉장히 많았지만(그런 말을 무심하고 시크하게 던지는걸 인프제들이 잘하고, 그런거 좋아하는거 같았음). 그런 통찰력은 정말 쩌는거 같음. (내 주위의 인프제에 한정해서 말이다.)인프제의 통찰력에 대해서도 글을 쓰고 싶긴 한데.. 아직 데이터가 부족해서 그건 나중에. 요즘에 인프제에 대해 관심이 많아져서 그런진 몰라도 인프제에 대해 글을 많이 쓰고 싶긴 하다.
2.
인프제 통찰력에 대해서 검색하다가, 만만치 않게 인프피도 통찰력이 쩐다고 나온다(인프제들도 많이 인정하더라). 그래서 그냥 자아성찰 겸, 그리고 주변 사람들에게 내가 (소위 말하는) 촉 좋다, 라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를 떠올리면서 글을 써보려고 한다. 지극히 개인적이다. 보충해줄 부분 있거나, 이의가 있거나, 내가 인프피의 통찰력에 대해 표현하는 것 중 더 적절한 표현이 있으면 댓글로 남겨주셨으면 합니다. (물론 공감은 사랑입니다><)
3.
인프피들의 통찰력은 선천적인 경우가 대부분이긴 하다. 하지만, 내 경우에는 각성이 늦게 되어서, 그 전까지는 이래 데이고 저래 데이고 많이 했던 것 같다. 생각해보면, 나한테 '통찰력'이라는 기능은 있지만, 발현되는 조건이 있는 것 같다. 나같은 경우는 '상황이나 사람에 대한 데이터' 였다. 처음부터 그 통찰력이 생기진 않았고, 조금 데이고 나니 상황 파악이 굉장히 빨리 됐다. (그리고 그 때 심리학에 관심이 많아져서, 심리학 공부도 열심히 했었고) 그걸 알게된게 대학생 때였는데, 고등학생 때 3년 동안 또래에게 이래 데이고 저래 데이고나니 대학생 때 통찰력이 각성돼서, 그 때 한창 공부하던 에니어그램, MBTI들의 데이터들이 '휘리릭- 짠!' 하고 생각나면서 그 사람에 대해서 느끼게 해줬달까(아.. 표현이 만족스럽지 못하지만.. 더 이상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다). 그거 바탕으로 몇몇 사람 상담도 좀 해주기도 했다.
4.
그 때보다 데이터가 더 쌓인 지금은 더 섬세한 통찰력을 가지게 되었는데, 직종을 옮기고, 직장을 옮겨다니면서 맘고생이 심했다보니 거기(이 전에 겪었던 것과 다른)에 대해 데이터가 쌓여서 그런 것 같다.
정말 친한 직장동료가 있는데, 가끔 나한테 어려움을 토로한다. 그럴 때마다 그 사람이 된 것 처럼 화도 내고, 무엇이 불공평하고 불합리한지 이야기 해주는 편이었다. 하지만 어느날, 그게 좀 안먹힌다는 느낌을 받았을 때가 있었다. 위로를 해줬는데, 뭔가 성에 안차고 자기가 원하는 것이 아니라는 느낌이 많이 들었다(1차적으로). 자신의 상황에 대해 체념하고 포기 한다는 느낌도 들었다(2차적으로). 그래서 다른 위로를 해줬더니, 그 동료가 그랬다. '제 마음 속에 들어갔다 오셨어요?'
그 전에도 나랑 고민을 이야기하면 마음이 풀린다, 라는 이야기를 들은 적도 있긴 하지만 이제는 그 통찰력이 조금 날카로워져서, 보이지 않는, 하지만 좀 더 근원적인 문제가 되는 것들이 보이기도 한다. 추진력 고자인 인프피는.. 피곤합니다아...
5.
인프피들이 인프제처럼 통찰력이 좋은 편에 속하긴 하지만, 인프제와는 다르게 MBTI에서 통찰력이 크게 언급되진 않는다. 기껏 해봐야, '자신과 맞는 인간을 잘 구별해낸다' 정도인데, 그렇다기에 (인프피인 내가 봐도) 인프피들은, 통찰력이 상당히 좋은 편이다. 어떤 부분에서는 인프제를 능가할 정도의 통찰력을 자랑하기도 하지만 인프피는 '예언자형'이라고 불리지 않는다. 그 이유를 곰곰히 생각해봤을 때 '인프제들은 자신의 통찰력을 표현하지만, 인프피들은 자신의 통찰력을 잘 표현하지 않는다' 가 적절한 이유인 것 같다. 아무리 통찰력이 좋아도 표현하지 않으면 말짱 꽝이니까.
인프피들은 기본적으로 집순이/집돌이가 많은데, 많은 사람을 만나는 것도 별로 좋아하지 않을 뿐더러, 사람을 만나도 소수의 친구들을 가끔 만나는게 다고, 낯선 사람들에게 자신을 표현하는 것도 그렇게 좋아하지 않아서 그런 듯 하다. 사실 인프피들은 대부분 행동하기 귀찮아하는게 없잖아 있음...
6.
지극히 개인적인 내 경우로 말할 것 같으면, 그냥.. 좀 귀찮고.. 내가 이걸 이야기함으로서 뻗어나갈 파장도 걱정하고... 내가 한 통찰이 아닐 수도 있고.. 라는 '불완전함'을 생각해서 함부로 내뱉지 않는 경우도 꽤 있다. 한마디로, 책임지기 싫다, 라는 것이다. 내가 인프피를 대변해서 이야기하자면, 인프피는 기본적으로 완벽주의자이기 때문에, 자신의 의견이 타인에게 설득력이 없다고 판단한 경우나, 그 말을 무시할 가능성이 있는 경우는 입을 닫아버린다. 그래서 자신이 통찰한 것을 이야기해도 최소한 자신의 의견을 존중하는 사람에게 이야기하지, 아무에게나 그 말을 하지 않는다. 인프제들은 그에 비하면 자신의 통찰에 확신을 가지고 타인에게 영향을 끼치는걸 좋아해서 그런지, 실질적으로 자신의 통찰한 것을 바탕으로 행동에 잘 옮기긴 하더라.
7.
내 통찰력이 남들과 확연히 다르다고 느꼈을 때는 '완전체(편의를 위해 A라고 하겠다)'가 몇몇 사람들(나를 포함해)을 괴롭히고 있을 때였다. A가 일을 너무 못해서 말도 안되는 걸로 힘들게 했을 때, 실수를 해도 대형 사고를 쳐서 모두가 발칵 뒤집어졌었다. 그 때 A때문에 힘든 분과 같이 대화를 한적이 있었다. 난 A와 일을 하면서 A에 대해 느꼈던 걸 그분께 죄다 털어놓았고 그 분이 많이 놀라셨다.(내가 웬만해선 이런 얘기 잘 안털어놓긴 하는데..진짜 빡쳤었다)
나에게 이야기는 하지 않으셨지만, 내 말이 설득력이 있다고 느끼신 것 같다. 구체적으로 말하진 않았지만, 그 일 이후로 나에게 많이 고마워하시긴 했다. 그 일로 조금 더 친해지기도 했고 말이다.(최근에도 A가 나를 빡치게 하긴 했다. 지금은 그 범위가 넓어져서 더 걱정이긴 하다)
8.
그래도 요새는 나 자신에 대한 자신감이 생겨서 그런지, 내 통찰력이 필요하다고 생각 할 때는 가끔 내보이는 편이긴 하다. 그러나, 내가 인식한 통찰력을 '이야기'만 하지, 그걸 동기부여를 해서 사람을 움직이게 하진 않는 것 같다. 그래서 예언자형이라고 불리지 않는 걸수도..
9.
그런데 이상한건, 오히려 사람들 동기부여하는걸 그렇게 원하지 않아서 그런진 몰라도 상황이나 사람에 대해 더 날카롭게 보는 것 같다. 그 촉이 생긴 20대 때는 술자리에서 사람들 하는 행동 하나하나 지켜보고, 성향을 파악해서 아무도 모르게 그 성향을 배려해 준다든지 아니면 (본인이 기분 안 나쁜 선에서) '너 이렇잖아~' 라고 이야기 한다든지. 상대방이 하는 행동과 말을 허투루 안보고 내 머리속에 데이터로 잘 쌓아둔 것 같다. 당시에는 가끔 상대방의 행동과 말에 어색함을 느끼기도 했지만(물론 주위 사람들은 잘 모르는 채로 넘어감), 나중에 가니 내 느낌이 다 맞아 떨어진 것도 많이 봤고. 지금은 그 때의 결과를 원인과 같이 분석해서 그 촉이 벼려졌다. 물론, 주위에 좋은 사람들과 오래 있어서 자아도 건강해진게 가장 크지만.
10.(+201024)
갑자기 생각난건데, 예전에 mgram이라고 검사를 한적 있는데, 공통적으로 나온 몇가지 중에 '직관력이 좋다' 라고 나왔다. 어떤 현상이나 사물을 차분하게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감각적으로 이해한다고 한다. 예전에 이걸 친구랑 같이 했었는데, 친구가 내 직관력을 항목을 보더니 "나는 A라고 생각해서 너한테 물어봤더니, 너는 B라고 해서 의아해했는데 다 까고보니 결과는 B였다" 라고 했다. 이때까지 친구한테서 그런 이야기는 한번도 안들어봤는데, 그런 이야기를 들었던게 좀 소름(근데 나는 정작 기억 1도 안남.....).
검사링크 : mgram.me/ko/user/profiling/edit
흐어... 일단 이건 여기까지. 생각보다 꽤 많이 적었다.
나중에 생각나면 더 추가하는걸로.
(+201024_항목 추가)
이건 시리즈 2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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