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글/일상이야기

[아이콘택트] 억울하게 잃어버린 21년

728x90
반응형

어제 어쩌다가 아이컨택이라는 프로그램을 보게 되었다. (아직 클립에는 올라오지 않아서 관련영상을 올린다)

 

1990년 부산광역시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의 피의자 중 1명으로 장동익씨가 지명되었고, 억울하게 무기징역 > 21년 형을 살고 나왔는데, 자신의 무혐의를 주장하였고, 결국에는 누명을 씌우고 조작했다는 의혹이 구체화되고, 결국에는 장동익씨가 무혐의로 밝혀졌다. 하지만 아이컨택은 그것에 초첨을 두고 있는 것이 아니라, 21년의 시간 동안 억울하게 누명을 쓴 이도 피해를 받았지만, 그 가족들도 고스란히 그 피해를 받았다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 

 

어머니는 아들의 혐의를 풀기 위해 사건의 기록들을 구했고, 아들은 그것을 복사했다. 하지만 어머니는 감옥에서 풀려난 아들을 보지 못한 채 이 세상을 떠났다. 동생은 감옥에 간 자신의 형을 대신해서 가족들의 의지가 되었다. 직장에서는 별 핑계를 다 대면서 형을 면회하러 가기 위한 월차를 썼다. 자신의 생활이 없었던 막내는, 재심을 앞두고 형 앞에서 화를 냈다. 

 

결국에는 그게 거짓자백이었다는게 밝혀졌을 때, 무죄로 선고받을 수 있어서 기쁘기도 기뻤겠지만 그 힘들었던 세월들이 얼마나 허무하고 덧없었을까. (10.13 특별선언으로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이에 경찰들이 과로로 쓰러지고, 실적채우기에 급급한 사람도 있었다고 했다) 21년동안 죄를 뒤집어쓴 본인, 그리고 가족들은 아픔을 제대로 호소할 수 있는 곳도 없었다. 그래서 더 안으로 곪아들어갈 수 밖에 없었다. 21년동안 형은 감옥에서 세상과 단절된채 살아야했고, 막내동생은 형의 자리를 메꾸어야 했다. 형에게는 그저 철 없고 투정하는 막내동생이었지만, 막내동생은 더이상 그런 투정을 할 수 없었다. 21년 동안 막내는 형의 잔소리를 이해하면서도 형이 없는 현실을 살아내야했다. 

 

자신의 감정을 담은 아이컨택, 주마등처럼 지나간 21년. 그리고 아픔. 시력이 약한 형은 동생의 표정을 제대로 보지 못했고, 막내동생이 그저 투정을 부리는줄 알았지만, 결국은 그 진심을 알아채고 당시의 상황을 듣고, 동생이 겪었던 상황을 이해해주고 공감한다. 그리고, 자신도 고립되어 있어서 힘들었다고, 가족들이 자신때문에 힘든 걸 보기 힘들었다고도 이야기했다. 

 

나는 겪지 못했지만, 각자가 겪었던 아픔들이 느껴졌고 눈물이 또록 흘러내렸다. 다행히도 무죄라는 것이 입증되었지만 그들의 잃어버린 21년은 누가 되돌려주지 못한다. 화도 났지만 이들이 앞으로 겪어야하는 삶의 격차가 더욱 슬프게 느껴졌다. 그래도, 서로의 감정을 알고 인정하는 것만으로도 감사하지만 상처는 없어지지 않는다. 

 

왜 이들은 상처받았나. 무엇을 잘못했나. 도대체 이들이 무엇을 잘못해서 21년을 잃어버렸나. 

 

그렇게 살인범이 되었지만, 재심으로 무죄로 입증되어 그들에게는 참 다행이긴 하지만, 앞으로는 대한민국에 이런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물론, 모두가 행복한 세상은 없겠지만, 최대한 많은 사람이 행복할 수 있다는 생각은 드니까. 아주 천천히 가면 결국은 조금씩 나타날 수 있을거란 생각은 드니까. 

 

정말 고생하셨습니다, 그리고 앞으로는 행복하세요.

728x90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