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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내가 사랑한 것들

#1.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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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내 고향 바다는 이런 곳은 아니다

내 고향은, 걸어서 10분만 걸으면 해수욕장이 있는 곳이다. 초등학교 6년, 중학교 3년 소풍을 내리 그 해수욕장으로 가서 지겨운 감도 있지만, 나에겐 소중한 공간이다. 천성이 게을러서 산 타는건 그닥 좋아하지 않았지만, 바닷가는 그냥 걸어서 갈 수 있기도 해서 더 그랬던 것 같다. 

바닷가에 도착하면 일단 바다의 소금냄새, 해초 특유의 향을 맡을 수 있다. 물론 모래사장에 가지 않고 바닷가 근처를 한바퀴 휙 도는 것도 좋지만, 요즘은 책에서 배운 그라운딩(Grounding)을 하고 있는데 맨발로 모래사장을 걷고, 파도에 발도 한번 적셔준다. 물이 밀려들었다가 빠져나가는 느낌이 은근 간지럽고 매력적이다. 그렇게 30분, 1시간 걷고 나면 종아리가 뻐근해지고 힘이 실리는 느낌이 든다. 그라운딩을 하고 싶어도 집 근처에 바다가 없으면 이런 일도 힘들텐데, 우리집 근처에 이런 곳이 있어서 참 감사하기도 하다.

생각이 꼬리를 물어서 심신이 피곤해질 때는 푸른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경치 좋은 곳으로 간다. 그 곳에서 생각을 정리하며 멍하게 있기도 한다. 세상의 모든 것, 특히 사람에게 의문점이 들 때는 탁 트인 곳에서 끝없는 고민을 하기도 했다. 

끝없는 생각에 지쳐서 쓰러질 때, 바닷가에 가면 기분 좋게 들리는 소리들이 있다. 파도치는 소리, 파도가 모래사장으로 쓸리는 소리 등 내가 일상생활에서는 접할 수 없는 것들이라 기분이 좋아진다. 노래를 듣고 있던 이어폰을 빼고 그 소리에 집중하면 꼬리를 물던 생각들은 나도 모르게 어느정도 정리가 되어 있었고, 기분도 한결 가벼워져서 떠나곤 했다. 

생각이 많은 나에게, 몸의 감각을 일깨워주는 그리운 , 나의 바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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